![]() 칼럼 아름다운 인간, 영광스러운 교회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4-03-14
김진수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구약신학)
봄은 눈부시리만치 신선하고 아름다운 계절이다. 수필가 고 이양하씨가 예찬한대로 봄에는 산과 들을 포함하여 온 세상이 연한 색에서부터 짙은 색에 이르기까지 초록으로 뒤덮이고, 이 초록들은 다시 진달래, 철쭉, 개나리, 목련 등이 피어내는 형형색색의 꽃들과 어우러져 “거룩하고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조화”를 이룬다. 봄이 선사해주는 이 귀한 선물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인간이 쌓아 올린 모든 문명이 도심지에 빼곡히 들어서 있는 아파트 단지들이나 산과 들을 어지럽게 가로지르는 아스팔트 도로들처럼 기괴해 보이기만 한다.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고 그것을 갈망하는 인간이 만들어낸 것들이 왜 그렇게 부자연스럽고, 그래서 ‘인위적’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야 하는 것일까? 예수께서 들의 꽃을 바라보시면서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느니라”고 하셨을 때에도 이 모순을 생각하셨을 것 같다. 사실 성경은 인간이 세상의 그 어떤 피조물보다도 귀하고 아름답게 지어졌다고 말씀한다. 인간은 창조의 끝 날에 지어진 만큼 창조의 완성이자 절정이라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기에 피조물 가운데 가장 영광스럽고 고귀한 존재라 할 수 있다. 그러기에 구약의 한 시인은 “사람이 무엇이기에 …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 그를 하나님보다 조금 못하게 하시고 영화와 존귀로 관을 씌우셨나이다”(시 8:4-5)라고 하며 인간의 영광스러운 지위를 노래하였다. 그러나 눈을 돌려 오늘의 현실을 바라보면 어떠한가? 어떤 문화비평가는 현대사회를 피곤에 찌든 ‘피로사회’(Müdigkeitsgesellschaft)라 평하였다. 이는 사람들이 저마다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심지어 자신까지 착취하며,이 성취의 경쟁에서 낙오하면 “파괴적 자책과 자학”에 시달리는 기형적인 사회현상을 가리켜 한 말이다. 이처럼 성취에 대한 과잉욕구 그리고 이로 인해 인간 스스로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테러, 이것이 바로 오늘의 인간사회를 특징짓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다고 하는 교회와 성도들 조차 위에서 말한 피로사회의 병리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적지 않은 교회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교세를 늘리기에만 급급해하고, 교인들은 학업, 직장, 사업에서 더 많은 성취를 꿈꾸며 교회를 찾는다. 그 결과 교회는 그리스도의 신부로서 그 영광스러운 모습을 잃어가고 있고, 성도는 궤도를 이탈한 별들처럼 하나님 나라의 참다운 표지인 ‘의와 평강과 희락’에서 아득히 멀어져 가고 있다. 인터넷 서버에 접속하여 교회와 관련된 단어들을 입력하면 쏟아져 나오는 갖가지 뉴스들은 세상에 잠식당한 교회의 안타깝고 부끄러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런 현실 속에서 수많은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누적된 피로감에 짓눌려 어려움을 겪고 있고, 세상은 그런 교회의 모습을 보며 냉혹한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다. 5월의 맑고 따스한 햇살처럼 세상에 생기를 불어넣어야 할 교회가 오히려 피로감을 더해주고 있다는 인상까지 준다. 어떻게 하면 이런 현실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인간이 인간 본연의 존귀한 모습을 회복하고, 하나님 나라 공동체인 교회가 교회 본연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되찾는 길은 무엇일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성취를 향한 과잉욕구가 문제의 원인이라면 먼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상 성경도 세상의 모든 불행의 원인을 인간의 이기적인 자기성취 욕망에서 찾는다. 인류의 시조 아담이 스스로를 높여 하나님처럼 되고자 했을 때 도리어 낙원을 잃어 버렸으며, 홍수 후에 인간들이 스스로의 이름을 내고자 하늘에까지 닿는 탑을 쌓으려 하였을 때 오히려 서로 분열되고 흩어지는 불명예를 얻게 되었다. 그뿐이 아니다. 엘리 제사장이 하나님의 영광을 구하는 대신 아들들을 더 소중히 여기고 스스로를 살찌웠기에 결국 자기 ‘무게’ 곧 자기 ‘영광’에 짓눌려 죽고 말았다. 이처럼 인간이 스스로 영광을 구할 때 수치와 파멸을 겪게 된다는 것이 성경의 교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앞다투어 스스로의 영광을 구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기적인 욕망의 제단을 높이 쌓고 그 위에 자신을 제물로 받쳐 불사르는 자해적 우상숭배행위가 도처에서 행해지고 있다. 이 일을 멈추지 않는 한 인간은 그처럼 갈망하는 영광의 성문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지금은 5월의 순결하고 아름다운 신록처럼 크고 작은 인간의 욕망을 벗어버리고 하나님의 영광만을 구하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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